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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삼정승이었다. “절차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상주가 자리를 뜨는 경우는 없사옵니다!” 인정전에서 을시乙時에 습(襲)을 하였다. 백관이 나아가 곡을 하였다. 이어서 전(奠 , 제사)을 하려는데, 돌연 왕세자가 밖으로 나가 버렸으니 다들 우왕좌왕했을 터였다. “어서 돌아가시지요!” 우의정이 타일렀지만 무작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안달복달하며 좌의정이 거들었다. “인군(人君)의 일은 필부匹夫의 것과는 다르옵니다. 속히 돌아가소서.” 그 설득은 마음에 들었다. 임금은 보통 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표현에 진실로 흡족했다.

배롱나무처럼 붉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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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을 마치고 전(奠)하려 하여 채 모든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 세자가 먼저 밖에 나가 기다렸다. 우의정(右議政) 신승선(愼承善)이 아뢰기를, "도로 안에 들어가시어, 일이 끝나거든 나오소서." 하였으나, 세자가 듣지 않았다. 좌의정 노사신(盧思愼)이 아뢰기를, "임금의 일은 일반 사람과 다르오니, 안으로 들어가소서." 하니, 그 말을 따랐다.

연산군일기 (연산군 원년 12월 25일,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강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