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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급하게 한 대접을 비웠다. “그래, 뾰족한 해법을 찾았는가?” 빈 그릇을 받잡고 신비가 뒤로 물러서자 그가 하문하였다. “이 흉측한 놈을 다스릴 방도 말일세.” 그러면서 자리옷 윗도리를 휙 제쳤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더니 점점 견디기가 힘들군.” 왕의 배꼽 밑에 작은 덩어리가 불룩 솟아 있었다. 벌겋게 성난 빛깔로 미루어 통증이 무척 심할 것 같았다. 종기일까? 신비는 흔하고도 치명적인 병증을 먼저 떠올렸다. “예, 마침 종친 중에 비슷한 병증을 오래 앓은 이가 있어 물었사온데….” 어의가 아뢰었다. “딱히 치료법은 없고, 수철(水鐵)과 천년와(千年瓦)를 불에 구워 문지르면 좀 낫다고만 대답하였사옵니다.” 비록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었지만 말이다. “십오 년간 앓으면서 그렇게 버텨왔다고….” “치료할 방도가 없다…?” 왕이 씁쓸하게 되뇌었다.

배롱나무처럼 붉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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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의원 제조(內醫院提調) 윤은로(尹殷老) 등이 문안하니, 전교하기를,

"배꼽 밑에 작은 덩어리가 생겼는데, 지난 밤부터 조금씩 아프고 빛깔도 조금 붉다."

하였는데, 윤은로 등이 아뢰기를,

"광양군(廣陽君) 이세좌(李世佐)가 항상 이 증세로 앓았으니, 반드시 치료하는 방법을 알 것입니다. 불러서 물어 보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자, 전교하기를,

"세조(世祖)께서 병환이 나셨을 때에 노사신(盧思愼) 등이 시약(侍藥)하였으니, 반드시 약의 이치를 자세히 알 것이다. 윤필상(尹弼商)·노사신(盧思愼)·임원준(任元濬)·이세좌(李世佐)를 부르도록 하라."

하였다. 이세좌가 와서 아뢰기를,

"신이 이 병을 얻은 지 이미 15여 년인데, 별다른 치료하는 방법이 없고 다만 수철(水鐵)과 천년와(千年瓦)를 불에 구워 문질렀을 뿐입니다."

하였다.

성종실록 (성종 25년 12월 20일,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