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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용안으로 그는 꾸깃꾸깃 구긴 종잇장을 펼쳐줬다. 초라한 글월이 드러났다.

인생이란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과 같아서 만날 날이 많지 않은 것

신비의 입술이 해석하자 더욱 연약하게 들렸다.

배롱나무처럼 붉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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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후정(後庭) 나인을 거느리고 후원(後苑)에서 잔치하며 스스로 초금(草笒) 두어 곡조를 불고, 탄식하기를,

인생은 초로와 같아서 만날 때가 많지 않는 것

하며, 읊기를 마치자 두어 줄 눈물을 흘렸는데, 여러 계집들은 몰래 서로 비웃었고 유독 전비(田非)와 장녹수(張綠水) 두 계집은 슬피 흐느끼며 눈물을 머금으니, 왕이 그들의 등을 어루만지며 이르기를,

"지금 태평한 지 오래이니 어찌 불의에 변이 있겠느냐마는, 만약 변고가 있게 되면 너희들은 반드시 면하지 못하리라."

하며, 각각 물건을 하사하였다.

연산군일기 (연산군 12년 8월 23일,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강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