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왕은 늙고 병들었다.
마흔아홉. 많은 나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또래 신료들이 청년처럼 정력적인 데 비해 그는 급히 삭았고 자주 아팠다. 과음과 과로가 문제였다. 백 번 양보하여 술은 줄여도 정무를 덜 볼 순 없었다.
요즘에는 세자 때문에 근심이 컸다. 왕의 고집대로 미루고 미루다 열한 살이 된 올해에서야 책봉을 마쳤다. 아들은 별 탈 없이 컸다. 어린 나이에도 겹턱이 생길 만큼 풍채가 실했다. 소질도 나쁘지 않았다. 나름대로 총명하고 성실했다. 다만 야무진 맛은 없었다. 제왕다운 야망도 없고, 평화롭게만 살고 싶어 했다. 박 터지는 오늘날 조정에선 턱없는 꿈이었다.
왕은 자신이 너무 빨리 쓰러져 버릴 때를 대비해야 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중략) 연신(筵臣) 중에 나와 나이가 같은 자는 소년이나 다름없는데 나는 정력이 이러하니 이상하지 않은가. 어제는 날씨가 가문 것이 답답하여 도움말을 구할 생각으로 대신(臺臣)을 불러 접견하였는데 정언 김이도(金履度)는 나이가 50세가 지났는데도 그다지 늙지 않았다. (후략)
정조실록 (정조 24년 윤4월 26일,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