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도 왕은 단칼에 잘랐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명호名號를 정하기도 전에 뜰에서 문안 하는 전례는 없소.”

옷소매 붉은 끝동



(중략) 또 시임 대신과 원임 대신을 불러 보았는데, 모두가 말하기를,

"하늘에 계신 조종께서 우리 나라를 돌보시어서 남아가 태어난 경사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 달은 우리 선대왕께서 탄생하신 달이고 우리 전하께서 탄생하신 달인데다가 왕자께서 또 이 달에 탄생하셨으니, 경사에 대한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신이 뜨락에서 문안을 올리려고 합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인데, 명호(名號)를 정하기 전에 뜨락에서 문안을 드리는 것은 근거할 만한 전례가 없다. 더구나 을묘년에도 이러한 예가 없었으니, 하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정조실록 (정조 6년 9월 7일,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