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사슴을 쫓는 중이다.” 마지못한 기색으로 왕이 중얼거렸다. “…아바마마께서 기르시던 녀석이 있어서.” 왜 선왕이 기르던 사슴을 쫓을까? 다소 석연찮은데 신비는 영문을 몰랐다.
배롱나무처럼 붉은색
</aside>
왕은 성종의 초빈(初殯) 때 후원(後苑)에서 〈성종이〉 기르던 사슴을 사살하여 구워 먹고, 성종의 반신 영정(影幀)을 걷어 손으로 때리고 성종의 후궁을 내정(內庭)에서 장(杖)을 쳐죽였으며, 성종의 옛 법을 모두 폐지하여 따르지 않았고 성종을 미워하여 행상(行喪)하던 사람까지 아울러 죄주었다. 또 조비(祖妃)를 미워하여 그 상(喪)을 단축하고 친모(親母) 기일(忌日)에 풍악을 듣고 고기를 먹었다. 왕은 자기를 낳은 부모에게도 오히려 이와 같았는데 하물며 계모(繼母)에게랴. 다만 대비를 봉양한다고 핑계하여 자신의 욕심을 멋대로 부리기 위해서였다.
연산군일기 (연산군 12년 7월 10일,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강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