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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만덕은 생각에 잠긴 눈치였다. “…한데 넌 알고 있었어?” “뭘?” “주상전하께 폐서인된 생모가 따로 있었다는 거.” 신비가 움찔해서 대충 얼버무리자 만덕이 말했다. “폐비의 기일에 소찬素饌이라도 챙겨주라고 사옹원에 전교하셨다나 봐.” 참 가슴 아픈 어명이었다. 생모가 죽고서 기일이 몇 번이나 돌아왔어도,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왕이 항상 마음에 담아두었다는 뜻이니까. “곧 있으면 방치된 폐비의 묘를 이장하고 사당도 새로 세우실 것 같다더라.” 만덕이 어깨를 으쓱했다. “한데 반발이 심해서 과연 될지 모르겠대.” “왜?” “선왕께서 폐비에 대해서는 향후 백 년간 논하지 말라고 생전에 못을 박으셨다나.”

배롱나무처럼 붉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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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하기를,

"명일은 폐비 윤씨의 기일(忌日)이니, 사옹원(司饔院)으로 하여금 소찬을 들이도록 하라."

하매, 승정원에서 아뢰기를,

"만일 소찬을 드신다면 아랫사람들이 감히 육식을 못하며, 또 기제(忌祭)를 지내신다면 반드시 재계하여야 하는데, 재계를 하면 형옥(刑獄) 관계 판결 문서도 아뢸 수 없습니다. 신 등은, 대신과 예관(禮官)에게 의논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이것은 큰일이니, 상전(上殿)에 품의하여 결정하여야 하겠다."

하였다.

연산군일기 (연산군 1년 8월 15일,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강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