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자신 있나?”
“그림을 보는지 거울을 보는지 어리둥절하실 만큼 해내겠나이다.”
어용화사御用畵師의 자신만만한 장담에 왕은 크게 웃었다.
“하, 글쎄. 십 년 전에도 경이 붓을 잡았지. 그땐 영 별로였거든. 전혀 닮질 않았어. 하여 없애 버리라 명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각기 완성된 그림을 두고 선왕과 웃었던 기억이 난다. 선왕은 유난히 화사하고 젊게 그려진 용안을 이상하게 여겼고, 그는 실제보다 곱상하게 그려진 제 얼굴이 불만이었다.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실제 용안이 준수하신 걸 어찌하오리 까.”
“아, 이 사람! 요즘 잘 나간다더니 아부만 늘었군.”
왕은 싫지 않은 웃음을 슬쩍 비쳤다.
“뭐, 더 지체할 것 없이 시작하지.”
옷매무새를 다듬고 정좌하였다. 화사의 눈과 손만이 용안과 화폭 사이를 바삐 넘나들었다.
성질 급한 왕은 잠깐 사이에 좀이 쑤셨다. 자연히 생각에 빠져들었다. 근래 물난리를 겪은 영남 민심을 어찌 수습하나 고민했고, 아전이 백성을 괴롭히도록 방치한 죄목으로 병조에 붙들린 칠곡부사漆谷府使 는 어찌 처결할까 고심하였다.
그런데 왜 울고 있었을까?
오만가지 골칫덩어리를 거치고 거친 끝에 닿은 상념은 그녀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다섯 달 동안 수백 번도 더 헤아려보았으나 해답을 찾지 못한 물음이기도 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