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상궁이 무릎을 탁 쳤다.

“혜빈께서 너더러 동궁마마의 탕약 시중을 맡기셨다.”

동궁은 작년 중동(仲冬, 겨울 중 한창 추운 시기)부터 몹시 앓았다. 지독한 감환에 걸린 것처럼 열이 나거나 오한에 떨기도 했고, 배앓이와 현훈(眩暈,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손자가 병석에 누워 도통 일어나질 못하니 임금님마저 발을 동동 구른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어미인 혜빈의 마음고생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전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요.”

덕임은 입을 떡 벌렸다.

옷소매 붉은 끝동



약방의 문안 계사에 대해 비답하시기를,

“아, 작년 겨울에 어린 손자가 병석에서 일어나 움직일 것을 내 어찌 기필하였겠는가. 이 때문에 마음을 썼더니 걷는 것이 더욱 어려웠고 몇 달을 병석에 누워 있었지만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니, 이렇게까지 될 줄을 처음에 어찌 생각했겠는가. (중략) 앉아서 보니 작년 중동(仲冬 음력 11월) 이전의 어린 손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신기(神氣)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어서 간택된 부마도위(駙馬都尉)의 살지고 윤택한 용모가 어린 손자보다 열 배는 좋아 보였다. 자리 옆에서 비로소 보고는 스스로 탄식하기를, ‘만약 중동에 병이 나지 않았더라면 세손이 어찌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겠는가.’ 하였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후략)"

일성록 (영조 42년 2월 11일, 한국고전번역원 이상아,임희자,진현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