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랑 김재진의 여식으로 계미생癸未生 십오 세이옵니다.”

오른쪽부터 차례로 규수들이 호명되었다. 각기 절을 올렸다. 부친의 관직 품계에 따라 섞여 앉힌 듯 개성이 제각각이었다.

다섯 번째로 일어선 처녀가 바로 덕로의 누이였다.

“전 교관 홍낙춘의 여식으로 병술생丙戌生 십삼 세이옵니다.”

온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머나, 완전히 어린애잖아!”

청연은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열셋이면 이르긴 해도 혼인할 순 있는 나이다. 그러나 홍씨 처녀는 또래에 비해 창백하고 왜소하여 더욱 어려 보였다. 혼기에 찬 다른 규수들 사이에 있으니 특히 그랬다. 다만 덜 여문 생김새는 퍽 아름다웠다. 뽀얀 피부에 한 떨기 복숭아꽃처럼 물든 뺨. 예쁜 달처럼 곱게 휜 눈매. 오라비를 많이 닮았다.

자신의 차례에서 유독 술렁이자 홍씨 처녀는 얼굴을 붉혔다.

옷소매 붉은 끝동



하교하기를, “전 교관(敎官) 홍낙춘(洪樂春)의 딸과 좌랑 김재진(金在鎭)의 딸, 정랑 심풍지(沈豐之)의 딸은 혼인을 금하고, 나머지는 모두 혼인을 허락하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