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명중을 알리는 깃발이 너울거렸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달라야 할 것이야.”
왕은 연이어 마흔아홉 번째 화살을 잡았다.
“쉬쉬하고 덮는 습속이 생겨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아니하고, 똑같은 죄를 자꾸만 반복하니, 이는 궁궐의 기강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일세.”
과녁을 쏘아보는 왕의 눈에선 괴괴한 빛이 났다.
“누구에게든 배반, 해이함, 특혜, 편법……. 그 무엇 하나 용납하지 않을 걸세.”
그 빛은 이내 표적으로 모여들었다. 또 명중이었다.
이제 화살은 딱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왕은 화살을 잡았으나 시위에 메기질 않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과인은 이쯤 했으면 됐네. 병사들이 얼마나 쏘는지를 보고 싶군.”
열 순巡에 마흔아홉 발. 아쉬운 한 발만 남았는데 왕은 홀연히 그만두었다.
“바빠서 당분간은 화살을 쏠 일이 없을 테니 잘 보관해 둬라.”
내시에게 활을 넘긴 뒤 그는 높다란 툇마루로 올라앉았다. 또 한 차례의 일사불란 끝에 춘당대에는 여러 개의 과녁이 세워졌다. 군졸들이 차례로 솜씨를 보였다. 다만 왕만큼 잘 쏘는 자는 없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