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조는 여후를 다스렸으되 끝내 감화시키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서경덕은 황진이를 온전히 감화시켰지요. 한편 경번당(景樊堂, 허난설헌의 별칭)은 끝내 못난 지아비를 감화시키지 못했지만, 고구려의 공주 평강은 온달을 대장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는 황진이와 온달이 상대의 덕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모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옵니다. 따라서 여자만의 천성적 결점이라 매도할 수는 없사옵니다.”
동궁의 말마따나 논지에서 벗어나는 주장이었다. 다만 총신들의 말도 듣지 않는 마당에 궁녀가 백날 반박해 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선택한 차선이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
한(漢)나라 고조(高祖)는 영명(英明)한 임금이다. 혜제(惠帝)에게 재위(帝位)를 전하였는데, 혜제의 천성이 인자(仁慈)하고 유약하여, 인체(人彘)를 보고는 병을 얻어 마침내 여씨(呂氏)의 난(亂)을 빚어내게 하였으니, 만약 주발(周勃)이 아니었다면 한나라의 국운은 어찌 되었을지 알 수 없을 것이며, 혜제가 또 후사(後嗣)가 없었으므로, 국운(國運)이 심히 위태로웠다.
세종실록 (세종 원년 11월 29일,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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