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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조는 여후를 다스렸으되 끝내 감화시키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서경덕은 황진이를 온전히 감화시켰지요. 한편 경번당(景樊堂, 허난설헌의 별칭)은 끝내 못난 지아비를 감화시키지 못했지만, 고구려의 공주 평강은 온달을 대장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는 황진이와 온달이 상대의 덕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모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옵니다. 따라서 여자만의 천성적 결점이라 매도할 수는 없사옵니다.”
동궁의 말마따나 논지에서 벗어나는 주장이었다. 다만 총신들의 말도 듣지 않는 마당에 궁녀가 백날 반박해 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선택한 차선이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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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나라 고조(高祖)는 영명(英明)한 임금이다. 혜제(惠帝)에게 재위(帝位)를 전하였는데, 혜제의 천성이 인자(仁慈)하고 유약하여, 인체(人彘)를 보고는 병을 얻어 마침내 여씨(呂氏)의 난(亂)을 빚어내게 하였으니, 만약 주발(周勃)이 아니었다면 한나라의 국운은 어찌 되었을지 알 수 없을 것이며, 혜제가 또 후사(後嗣)가 없었으므로, 국운(國運)이 심히 위태로웠다.
세종실록 (세종 원년 11월 29일,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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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후는 중국 한 왕조의 임금인 고조 유방의 아내로, 건달이었던 남편을 위해 희생하고 내조한 개국공신이자 황후였다. 고조가 사망하자 정적이었던 후궁에게 잔혹한 형벌을 내렸다.
황진이는 조선시대의 기생으로, 학식과 미색이 뛰어나고 가무에 능했다. 그는 선비들을 유혹해 무너뜨리곤 했다는데,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 서경덕에게 감탄하여 스승으로 모셨다. 서경덕 사후 은둔하다가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허난설헌의 이름은 초희,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나였다. 조선 시대의 여성 시인으로서 명문장을 남겼다. 남편과의 불화 등으로 인한 불행한 삶을 일찍이 마쳤는데, 그의 시가 명나라와 일본에 전해져 명성을 얻고 조선으로 역수입되어 빛을 발했다.
평강공주는 고구려 평원왕의 딸이다. 스스로 바보 온달의 아내가 되어, 그에게 지식과 무술을 가르쳐 명장으로 성장시켰다. 온달이 전사하자 평강공주가 그 관을 어루만지며 위로하니, 비로소 꿈쩍도 않던 관이 움직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