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가까이할 것이 아니라는 건 아니오. 문왕文王의 후비(后妃, 왕비)처럼 관저의 덕이 있다면야 난들 어찌하겠소.”

“후비의 덕은 군자가 어찌 다루느냐에 달렸나이다. 부인치고 감화 될 수 없는 자가 있겠나이까.”

“집안을 다스리는 책임이야 실로 사내에게 있는 것이나, 부인의 성질과 행실이 끝내 감화되지 않는다면 도리가 없지.”

지켜보던 시직(侍直, 익위사 관원)도 덕로를 거들었다.

“요순과 같은 사내조차 흔치 않은데 임사와 같은 여인을 쉽게 찾겠 습니까.”

“시직의 말이 옳사옵니다. 부인이 혹 어질지 못할지라도 사내가 수신제가의 도리를 다하여 이끈다면 여인도 능히 감화될 수 있사옵니 다.”

분위기가 좀 묘했다.

(...)

“통하지 않는 이론이오.”

동궁은 외곬처럼 굴었다.

“그렇다면 여후나 포사, 달기, 측천무후와 같은 자도 감화되어 마땅하잖소.”

세 명의 궁료들은 다 같이 할 말을 잃었다.

“……저하, 포사와 달기란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요녀들입니다. 그 드물기로 말하자면 오백 년에 한 번 나는 성인과 견주어 다를 것이 없사옵니다.”

“맞사옵니다. 포사와 달기보다 덜 해악했던 여후의 경우를 보자면, 고조가 살아 집안을 다스릴 적에는 여후도 감히 악한 짓을 못 했사옵니다. 집안을 다스리는 사내로 인해 감화되었던 사례지요.”

궁료들의 계속된 설득을 동궁은 단호하게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