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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가까이할 것이 아니라는 건 아니오. 문왕文王의 후비(后妃, 왕비)처럼 관저의 덕이 있다면야 난들 어찌하겠소.” “후비의 덕은 군자가 어찌 다루느냐에 달렸나이다. 부인치고 감화 될 수 없는 자가 있겠나이까.” “집안을 다스리는 책임이야 실로 사내에게 있는 것이나, 부인의 성질과 행실이 끝내 감화되지 않는다면 도리가 없지.” 지켜보던 시직(侍直, 익위사 관원)도 덕로를 거들었다. “요순과 같은 사내조차 흔치 않은데 임사와 같은 여인을 쉽게 찾겠 습니까.” “시직의 말이 옳사옵니다. 부인이 혹 어질지 못할지라도 사내가 수신제가의 도리를 다하여 이끈다면 여인도 능히 감화될 수 있사옵니 다.” 분위기가 좀 묘했다.

(...)

“통하지 않는 이론이오.” 동궁은 외곬처럼 굴었다. “그렇다면 여후나 포사, 달기, 측천무후와 같은 자도 감화되어 마땅하잖소.” 세 명의 궁료들은 다 같이 할 말을 잃었다. “……저하, 포사와 달기란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요녀들입니다. 그 드물기로 말하자면 오백 년에 한 번 나는 성인과 견주어 다를 것이 없사옵니다.” “맞사옵니다. 포사와 달기보다 덜 해악했던 여후의 경우를 보자면, 고조가 살아 집안을 다스릴 적에는 여후도 감히 악한 짓을 못 했사옵니다. 집안을 다스리는 사내로 인해 감화되었던 사례지요.” 궁료들의 계속된 설득을 동궁은 단호하게 물리쳤다. “아니, 끝내 통할 수 없는 말이오.” 멀찍이서 듣던 덕임은 웃음을 참느라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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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 여자를 사랑하는 해독이 크니 여색이란 진실로 가까이할 것이 못되는 것 같소.

홍국영 여색은 가까이해야 할 때도 있고 가까이해서는 아니 될 때도 있습니다. 다만 가까이할 것이 아니라고만 말씀하신다면 승려처럼 될까 염려됩니다.

홍대용 요사스러운 여색은 진실로 멀리해야 하지만 만약 어떤 여색이든 모두 가까이할 수 없다고 하시면 인륜이 끊어지지 않겠습니까?

동궁 전혀 가까이해서는 안된다고 한 뜻은 아니고 관저의 덕이 있다면야 난들 어쩔 수 있겠소?

홍국영 후비의 덕 또한 군자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변화시킬 수 없는 부인이 있겠습니까?

동궁 한 집안을 다스리는 책임은 당연히 남자에게 있지만 부인의 성품이나 행실이 끝내 변하지 않는다면 어찌하겠소?

(중략)

동궁 이것은 통하지 않는 이론이오. 그렇다면 여후, 무후, 포사, 달기 같은 악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오?

홍국영 포사와 달기 같은 경우는 별도로 논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후는 한 고조가 살아 있을 때는 감히 악한 짓을 못했고 폐출되지도 않았으니 집안을 잘 다스린 한 고조의 힘이 아니겠습니까?

이진형 신의 생각에는 포사와 달기 같은 여자는 천 년 혹은 백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이들입니다. 그 드물기로 말한다면 5백 년만에 한 번 나는 성인과 다를 바가 없으니 포사와 달기의 일은 거론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홍국영 신은 대장부로서 옳은 도리를 다한다면 여자를 변화시키지 못할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궁 (완강히 고개를 저으며) 이것은 끝내 통할 수 없는 말이오.